"프랑스에선 공작원들이 협박해 중국 국적자 귀국시키기도"
중국 측 "운전면허 갱신 등 서류작업 도움" 주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논란을 일으켜 온 중국 당국의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일명 '해외 경찰서')이 48개 추가로 파악됐다고 미국 뉴스채널 CNN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를 인용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해외 53개국 이상에 이런 시설 102개 이상을 만들었으며, 주재국 위치에 따라 4개 권역별 네트워크로 나눠 관리 중이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비밀 해외경찰서 54곳을 불법으로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고 경우에 따라 송환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난 9월 폭로했다. 중국에서 '110'은 한국에서 '112'처럼 경찰 신고 번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단체는 이번에 새로 낸 보고서에서 48개 시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한 중국 국적자가 파리 교외에 있는 중국 해외 경찰서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공작원들의 협박을 받고 중국으로 돌아간 사례를 소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 공작원들은 해당 인물을 협박해 귀국시키라는 임무를 위해 모집됐다.
9월 보고서에는 세르비아와 스페인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중국 국적자 각각 1명이 강압에 못 이겨 귀국했으며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 이런 공작을 맡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 시설들이 주재국 현지에 사는 중국 국적자들의 운전면허 갱신이나 여권 재발급 등 서류 작업 등에 행정적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경찰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중국 영토 밖에서 경찰력을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공서들이 문을 닫는 등 서류 작업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중국 국적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시설들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재국의 명시적 승인이 없는 한, 대사관이나 영사관 등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주재국에 통보하지 않고 영사업무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불법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또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몇 년 전이다.
CNN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9월 보고서 내용에 관해 지난 달 문의했을 당시 중국 외교부는 해당 시설들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단체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설의 4개 권역별 네트워크 중 하나는 초기에 개설된 21개 시설에 135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또 스톡홀름 소재 시설에서 3년간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6월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 명소 '스페인 계단'에서 합동 순찰을 벌이는 이탈리아-중국 경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또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몇 개의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경찰 활동 공조'를 벌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는 중국 해외 경찰서가 11개 있으며, 2018년 로마에서는 이 시설 중 하나의 개설을 축하하는 행사에 이탈리아 경찰 관계자들도 참석했던 사실이 중국 웹사이트에 게시된 영상으로 드러났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